향수는 더 이상 ‘사치품’이 아니다, ‘정체성’이다
“향기”라는 말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이제 더 이상 “비싼 브랜드”나 “어른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특히 10대 후반~20대 중반의 Z세대에게 향수는 ‘향기 나는 사람이 되기 위한 필수템’이자, ‘나를 설명할 수 있는 언어’로 자리 잡고 있다.
예전에는 향수가 ‘특별한 날 뿌리는 사치품’이었다면, 요즘은 데일리 향수, 수면 전 향수, 방에 뿌리는 룸 스프레이까지 “일상의 공기”처럼 쓰인다. ‘나답게’ 사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Z세대는 향으로 자기만의 무드를 만들고, 그것을 SNS에 공유하며 정체성을 만들어 간다.
이런 경향은 유튜브나 틱톡 같은 플랫폼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향기 브이로그”, “출근 전 향수 뿌리기”, “나의 탑 3 향수 리뷰” 등은 단순한 제품 소개를 넘어서, 향기를 통한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로 확장되고 있다.
Z세대가 향수 브랜드를 고르는 새로운 기준
Z세대는 단순히 향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향수를 고르지 않는다. 이들은 보다 감각적이고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를 찾는다. 즉, “이 향수가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상징하는가”가 훨씬 중요한 포인트다.
대표적인 선택 기준은 아래와 같다:
패키지 디자인: 무드등처럼 세워둘 수 있는 감각적인 유리병, 추상적인 일러스트, 브랜드 철학이 묻어나는 캘리그래피 등이 향수를 단순 ‘물건’이 아닌 ‘작품’처럼 보이게 만든다.
브랜드 아이덴티티: 브랜드의 철학, 비건/크루얼티 프리(동물 실험 없음) 여부, 지속 가능성 등이 향수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공간 체험형 매장: 단순히 향을 시향하는 것을 넘어, 매장을 ‘경험’할 수 있는 브랜드가 더욱 주목받는다.
감성 마케팅: 음악, 영상, 감정적인 문구, 모델의 분위기 등을 활용한 콘텐츠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Z세대는 더 이상 "샤넬 넘버 5" 같은 고전적인 브랜드보다는 "탬버린즈의 000 향" 혹은 "논픽션의 포 가이아 향"처럼 조금 더 개인적이고 독립적인 브랜드를 선호한다. 그리고 그런 향수는 때로 ‘나만 아는 비밀 같은 존재’가 되기도 한다.
탬버린즈와 논픽션, 그리고 감성 소비의 세계
향기 브랜드 중에서도 Z세대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브랜드는 단연 탬버린즈(Tamburins)와 논픽션(Nonfiction)이다.
🟡 탬버린즈: 감각의 끝, ‘전시회 같은 향수’
탬버린즈는 뷰티 브랜드 ‘젠틀몬스터’의 자회사로 시작됐으며, 단순히 향수를 판매하는 브랜드가 아니다. 매장은 마치 전시 공간 같다. 압구정 플래그십 스토어에 가면 내부가 예술 작품처럼 꾸며져 있어, 향을 맡는 경험 자체가 하나의 퍼포먼스로 느껴진다.
특히 인기 있는 향으로는 베스트셀러 ‘000(트리플 제로)’, 라드사바, 홀리멜론 등이 있다. 이 향들은 단지 좋은 향이 아니라, ‘어떤 장면’을 연상시키도록 설계되었다. 예를 들면 ‘트리플 제로’는 깨끗한 이불, 햇빛 드는 창문 같은 향이다.
탬버린즈의 마케팅도 독특하다. 브랜드 필름은 대부분 말이 없고, 감정적인 사운드와 영상미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제품보다는 ‘분위기’를 팔고 있는 셈이다.
또한 최근에는 핸드크림, 바디로션, 룸 스프레이까지 확장하며, ‘향기 나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있다.
🟢 논픽션: 조용히 깊게 스며드는 향, 나만의 이야기를 담다
논픽션은 2019년 런칭된 비교적 신생 브랜드지만, 고급스러운 미니멀 디자인과 잔잔한 브랜드 철학으로 빠르게 입소문을 탔다.
논픽션은 제품 하나하나가 마치 한 편의 짧은 수필 같다. 대표 향인 ‘포 가이아(For Gaia)’, ‘젠틀나잇(Gentle Night)’, ‘인 더 샤워(In The Shower)’ 등은 이름만 들어도 이야기가 느껴진다.
논픽션 매장은 향을 조용히 체험할 수 있는 ‘서점’ 같은 느낌이다. 제품은 단순하지만 디테일이 살아 있고, 특히 룸스프레이와 핸드크림은 감각적인 선물용으로도 인기가 높다.
향을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말하지 않고도 보여주는 것"이 가능하다는 걸 증명하는 브랜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 향수 너머로 확장되는 소비: 핸드크림, 룸 스프레이, 바디미스트
탬버린즈나 논픽션 같은 브랜드는 이제 단순한 향수 브랜드가 아니다. 이들은 Z세대에게 ‘공간과 사람을 향기롭게 만드는 일상의 아트워크’를 제공한다.
특히 요즘 인기 있는 품목은 다음과 같다:
핸드크림: 코로나 이후 손 씻기와 보습이 강조되면서, 향기로운 핸드크림이 데일리 필수템이 되었다.
룸 스프레이: 침대에 뿌리는 베딩 미스트, 공부할 때 집중력을 올리는 디퓨저 등 ‘공간 향기 케어’ 트렌드 확산
바디 제품: 바디워시, 바디로션 등으로 향기의 지속력과 존재감을 강화
Z세대는 향을 통해 사람과 공간, 감정을 연결한다. 향기는 그들에게 있어 단순한 ‘기분 전환’이 아니라, 세상에 ‘나’를 소개하는 가장 은은한 방법이다.
마무리하며: Z세대에게 향기란 ‘존재감’이다
탬버린즈, 논픽션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향기 브랜드의 세계는 단지 ‘냄새’ 이상의 것을 보여준다. 그것은 나만의 무드, 기억, 감정이며, 동시에 정체성이다.
Z세대에게 향수는 더 이상 비싼 향수를 들고 다니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나를 감싸는 공기, 오늘의 기분을 표현하는 도구이며, 때로는 아무 말 없이도 누군가에게 나를 기억시키는 방법이다.
그래서 오늘도 누군가는 작은 유리병 속 향기를 통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쓰고 있다.